우크라이나산 농식품, 동유럽에서 곡물 파동에 수입 금지까지...이유는?

주요 내용

ㅇ 동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산 농식품을 수입금지시킨 이유와 배경

EU에 밀려드는 우크라이나산 농식품으로 인한 각국의 시장 가격 폭락과 그로 인한 농가 피해는 이미 예전부터 불거진 문제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인데, 이로 인해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농식품의 판로가 막히게 되었다.

세계 최대 농업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는 흑해 항로를 통해 해바라기유, 옥수수, 밀, 보리 등을 주로 아프리카와 중동으로 수출을 하는데, 흑해 항로가 막히게 되자 이는 전 세계적 식량난과 식품 인플레이션 등 글로벌 식량 안보 위기로 이어졌다. 특히, 러시아 침공 당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항구를 봉쇄하는 바람에 우크라이나산 곡물 약 2000만 톤이 수출되지 못한 채 묶인 바 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곡물 의존도가 높은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에선 식량 수급이 특히 힘들어졌는데, 유엔에 따르면 이들 지역에선 주요 식량 가격이 평균 30%나 상승했다.

결국 유엔과 튀르키예(터키)의 중재 하에 흑해 항로 ‘흑해곡물수출협정’을 체결해, 흑해 항구 3곳을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화물검사를 이유로 운항을 방해하는 등 우크라이나에서 오는 곡물 선적 대부분을 여전히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우크라이나는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동유럽을 통한 육로 이용을 확대해왔다.

또한, EU는 지난해 5월 우크라이나 경제 지원책의 일환으로 우크라이나 농식품에 대한 관세 및 수입 쿼터 면제 혜택을 제공해 왔는데, 이에 따라 저렴한 우크라이나산 농식품이 육로를 통해 폴란드, 헝가리, 불가리아 등 중·동부 유럽 국가로 유입되면서 해당 국가 농가들은 곡물 가격이 급감하는 등의 피해를 입게 되었다. EU 내의 다른 국가로 이동해야 할 막대한 양의 작물이 물류 병목 현상으로 인접국에 머물며 이런 결과가 빚어진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EU 집행위가 뾰족한 대책 없이 우크라이나에게 면세 혜택을 연장해주기로 결정했고, 이에 많은 동유럽 국가들이 반발했다.

더구나 흑해에 위치한 주요 항구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한 ‘흑해곡물수출협정’은 이번 5월에 만료될 예정이기 때문에 인접국들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흑해를 통한 농산물 수출길이 막히면 인접국으로 지금보다 더 많은 양의 곡물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달 말에 우크라이나 인근에 위치한 폴란드·헝가리·루마니아·불가리아·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5개국은 EU집행위원회에 공동으로 서한을 보내 EU차원에서 농민 지원 등의 방안을 제안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달 초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국경에서는 이 지역 농민들이 트랙터 등을 동원해 도로와 국경 검문소를 차단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특히 폴란드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있어 농부들의 반발에 예민하게 반응했으며, 폴란드 농업부 장관은 이번 달 6일 EU집행위원회에 관련 문제를 제기하는 성명을 내고 장관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기도 했다.

ㅇ 우크라이나 농식품 거부하는 동유럽 5개국

폴란드, 헝가리, 불가리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5개국이 자국 농가를 보호를 위해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을 거부하고 있다.

이번달 15일 폴란드 정부는 우크라이나산 농식품 수입을 6월 30일까지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으며,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산 곡물과 설탕, 육류, 과일, 야채, 우유, 계란, 기타 식품 등의 수입이 전면 중단된다. 폴란드는 제3국으로 수출되는 우크라이나산 농식품이 자국을 경유하는 것도 불허할 것을 발표했으며, 우크라이나산 농식품이 폴란드에 1차로 도착하는게 아닌 유럽 내륙 주소비시장 내에 들어가도록 하는 EU의 조속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헝가리 정부도 같은 날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이 지속될 경우 헝가리 농업이 입을 피해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면서 EU가 별도의 조치를 마련하지 않는 한 6월 말까지 우크라이나산 농식품의 수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헝가리 정부는 우크라이나산 꿀과 일부 육류 등을 수입금지 품목에 추가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슬로바키아와 불가리아도 같은 이유로 수입금지 대열에 합류했으며, 루마니아 정부는 아직 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았지만 운송 감독을 강화했다. 체코는 EU에 해결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와 같은 조치들에 대해,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들의 일방적인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무역 정책은 EU의 배타적 권한으로 이러한 조치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ㅇ 폴란드, 우크라이나산 곡물 경유 허용 재개

폴란드 정부와 우크라이나 정부는 17일부터 회담에 들어가며 돌파구를 마련했는데, 양측의 협의로 밀을 중심으로 한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폴란드 경유가 다시 가능하게 되었다. 우크라이나 곡물의 폴란드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4월 21부터 아프리카, 중동 등 해외로 수출되는 우크라이나 곡물은 추적장치가 부착된 상태로 봉인돼 특별경비를 받으며 폴란드 항구와 국경을 통과하게 되었다. 우크라이나산 설탕, 계란, 고기, 우유 등 유제품과 과일, 채소에 대한 반입 금지는 언제 해제될지 현재로서는 분명하지 않다.

한편, EU는 19일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등 우크라이나 인근 5개국에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을 6월 5일까지 중단하고 다른 EU 회원국으로 수출되는 물량만 이들 5개국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 밝혔다. EU는 동유럽 농가들의 손실 보전을 위해, 지난달 자국 피해 농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폴란드, 불가리아, 루마니아를 대상으로 1차 지원을 한 적 있으며, 현재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를 포함한 동유럽 5개국 농민들을 위해 2차 지원으로 1억유로(약 1455억원)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ㅇ 시사점

우크라이나 농식품 수출 위기와 관련해 EU의 면세 혜택, UN의 흑해곡물수출협정 지원 등 여러 국제적 협력조치들이 이루어졌다. 국제 식량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범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국제 식량 공급망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우크라이나 농식품 수출이 동시에 EU내 주요 곡물 생산국가의 경제 타격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는 등 의도하지 않은 동유럽 곡물파동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곡물 수입국으로 전체 곡물 수요의 80% 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 곡물 가격 변동에 취약한 구조이다. 지난해 한국의 우크라이나산 밀 수입량은 11만 6,077톤으로, 전체 수입량(442만 1,102톤)의 2.6%에 해당하므로, 우리나라의 우크라이나산 곡물 의존도는 매우 낮은 편이며 이번 이슈 관련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는 않다. 하지만 밀을 포함한 주요 곡물들의 국제 가격 변동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내 수입되는 곡물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식량 자급률을 개선하는 등 곡물 공급망 안정화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할 것이다.

ㅇ 출처

https://www.esmmagazine.com/supply-chain/poland-ukraine-resuming-grain-transit-talks-237997

https://www.esmmagazine.com/supply-chain/ukraine-grain-import-bans-mount-as-kyiv-seeks-transit-deal-237978

https://www.reuters.com/world/europe/ukraine-seeks-reopening-food-transit-via-poland-talks-2023-04-17/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3041716051089409

https://www.asiatoday.co.kr/view.php?key=20230419010011088

https://www.yna.co.kr/view/AKR20230418002700098?site=mapping_related

https://www.opinio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3378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64974246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8039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