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호박 향이 나면 가을이 온다. 미국의 펌킨스파이스 이야기
조회302[지구촌리포트]
<요약>
- 미국의 펌킨스파이스는 호박 자체의 맛보다 향신료의 풍미와 수확철·명절의 기억이 결합된 ‘가을의 맛’으로 자리 잡았다.
- 펌킨파이에서 출발한 계절적(seasonal) 상징은 라테를 넘어 과자, 베이킹 믹스, 간편식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되고 있다.
- 식품·외식업계는 시즌, 연말, 기념일 등에 맞춰 시즈널 제품을 한정 수량 판매를 통해 소비자 기대감을 높이고 소비 촉진을 하고 있다.
<본문>
한여름의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9월부터 카페와 식료품점에는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펌킨스파이스(Pumpkin Spice) 제품들이 등장한다. 스타벅스의 펌킨스파이스라테(Pumpkin Spice Latte, PSL)가 돌아오는 날은 하나의 계절 행사가 된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의 가을을 대표하는 ‘호박맛’은 호박 그 자체가 아닌 계피와 육두구, 생강과 정향이 어우러진 향신료의 향, 추수감사절과 베이킹에 대한 기억, 계절 한정이라는 기대감이 모두 합쳐진 ‘가을의 맛’이라는 것이다.
- 왜 호박이었을까?
미국에서 호박이 가을의 상징이 된 배경에는 대륙을 발견하기 전부터 북아메리카에서 오랫동안 재배되어 온 역사로 거슬러간다. 호박과 스쿼시(squash)는 원주민들에게 장식용 작물이 아닌 옥수수, 콩 등과 함께 오랫동안 식생활을 지탱해 온 주요 식재료였다. 뉴잉글랜드에 정착한 유럽인들도 스튜, 음료, 에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하여 먹는 등 호박은 가을 한철에 등장하는 제철 재료가 아닌 일상적인 식재료였다.
- 그럼 호박은 어떻게 가을의 상징이 됐을까?
18세기 말 으깬 호박에 달걀과 우유, 설탕, 향신료를 넣어 만드는 펌킨파이(Pumpkin Pie)가 등장한다. 이후 19세기 미국의 산업화, 도시화 과정에서 도시로 인구가 이동하고 농촌 생활과 멀어지자, 호박은 그들이 떠나온 농장과 수확철을 떠올리는 상징으로 변해갔다. 19세기 중반 이후 펌킨파이는 뉴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19세기 말에는 펌킨파이 시즌을 언론매체에서 알리는 정도가 되었다. 1895년 9월 뉴욕타임스는 펌킨과 크랜베리의 계절이 돌아왔다고 보도하였고 1937년 9월 뉴욕 헤럴드트리뷴에서도 “펌킨파이 시즌이 내일 시작된다. 31개 소매점에서 7,000개의 파이 판매”라는 기사가 실렸다. 당시에도 펌킨파이 시즌 자체가 뉴스가 될 만큼 계절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셈이다.
- 호박없는 펌킨스파이스(Pumpkin Spice)의 탄생
펌킨스파이스(Pumpkin Spice)라는 이름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조금 이상한 점이 생긴다. 대표 향신료 브랜드인 맥코믹(McCormick)의 펌킨파이 스파이스(Pumpkin Pie Spice)는 계피, 생강, 육두구, 올스파이스(allspice)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호박은 들어있지 않다. 이를 보여주는 가장 재미있는 실례가 스타벅스의 펌킨스파이스라테(PSL)이다. 2003년 처음 판매된 PSL의 레시피에는 호박이 들어 있지 않았고, 2015년 호박맛을 가미한 새로운 레시피로 판매되기 시작되었다. 호박맛이 나지 않음에도 PSL은 출시 이래로 미국의 대표 가을음료의 왕좌를 지키고 있다. 결국 소비자가 펌킨스파이스에서 받아들인 핵심은 호박의 맛이라기보다 펌킨파이를 연상시키는 향과 단맛의 조합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2026년에도 미국의 가을은 호박
2026년 미국 외식업계에서도 펌킨스파이스는 여전히 가을메뉴의 출발점이다. 스타벅스는 펌킨 스파이스라테를 유지하면서도 펌킨크림말차(matcha), 펌킨스파이스차이(chia)를 새롭게 출시하였다. 던킨 역시 펌킨스파이스라테를 비롯한 펌킨도넛 등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유통매장에서도 펌킨스파이스맛을 추가한 신제품을 전면 배치해놓고 가을을 기다렸던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시리얼, 쿠키, 베이킹 믹스, 크림, 버터 등 품목을 가리지 않고 펌킨스파이스맛의 제품이 등장한다. 매년 개성가득한 시즈널 제품을 판매하는 트레이더 조스(Trader Joe’s)에서는 올해 펌킨브레드&머핀믹스, 펌킨 비스코티, 펌킨 크림치즈, 펌킨 사모사*(Samosas) 등 다양한 형태로 호박맛 제품을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 인도 등 남아시아에서 즐겨먹는 삼각형모양의 튀김만두
<시사점>
미국 소비자에게 펌킨은 호박맛이라는 의미를 넘어, 가을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려주는 하나의 문화적 코드가 된 셈이다. 한국 식품도 맛을 넘어 ‘계절을 경험하는 상품’으로 기획할 필요가 있다. 펌킨스파이스 사례의 핵심은 특정 원료 자체보다 그 맛이 떠올리게 하는 계절과 감성에 있다. 단순히 ‘한국산 식재료’임을 강조하기보다, 언제 어떤 분위기에서 즐기는 음식인지 함께 전달하는 접근이 중요하다. 덧붙여 계절상품 개발과 유통·홍보 일정을 함께 설계할 필요성이 있다. 현지 유통사의 가을 상품 기획 시점에 맞춰 제품을 사전 제안하고, 생산·운송 일정을 역산해 시즌 초반부터 판매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후 반응이 좋은 제품을 매년 다시 선보인다면, 일회성 신제품을 넘어 소비자가 특정 계절마다 찾는 한국 식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 계절별 대표 행사 및 연관 상품(맛)
( 봄 ) 대표행사 : 이스터, 마더스데이 / 연관상품 : 토끼모양 초콜릿, 딸기, 꽃 등
(여름) 대표행사 : 메모리얼데이, 노동절 / 연관상품 : 바비큐, 맥주, 수박, 민트 등
(가을) 대표행사 : 할로윈, 추수감사절 / 연광상품 : 펌킨, 캔디, 터키, 메이플, 사과, 피칸 등
(겨울) 대표행사 : 크리스마스, 새해, 발렌타인 / 연관상품 : 페퍼민트, 진저브레드, 핫초콜릿, 에그노그, 크렌배리
<출처>
https://about.starbucks.com/press/2026/starbucks-records-biggest-fall-menu-launch-ever-in-us-and-canada/
https://www.si.edu/spotlight/thanksgiving/thanksgiving-foods
https://www.nps.gov/rowi/learn/historyculture/native-american-farming-in-new-england.htm
https://blogs.loc.gov/inside_adams/2017/11/a-brief-history-of-pumpkin-pie-in-america/
https://www.smithsonianmag.com/history/how-formerly-ubiquitous-pumpkin-became-once-year-treat-180970860/
https://www.mccormick.com/blogs/how-to/9-not-so-basic-things-to-know-about-pumpkin-pie-spice
https://about.starbucks.com/stories/2026/happy-birthday-psl/
https://www.news.vcu.edu/article/why-do-we-love-pumpkin-spice-so-much-we-fall-for-it
https://www.foodnavigator.com/Article/2026/09/23/do-consumers-like-pumpkin-spice/
https://about.starbucks.com/stories/2026/fall-starts-with-starbucks/
https://about.starbucks.com/stories/2026/starbucks-announces-the-return-of-pumpkin-spice-latte-psl-aug-25-new-chaider-and-more-fall-favorites/
https://news.dunkindonuts.com/news/dunkinR-and-alix-earle-unveil-alixs-earle-y-riser-meal-headlining-a-new-fall-menu-of-pumpkin-favorites-and-tiramisu-sips
https://www.generalmills.com/news-and-stories/stories/cozy-fall-flavors-are-back-your-guide-to-general-mills-new-seasonal-lineup
https://www.traderjoes.com/home/discover/stories/fall-products-2026
https://www.foodnetwork.com/fn-dish/news/we-tried-pumpkin-spice-groceries-2026
문의 : 뉴욕지사 고운지(bk16@a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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