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학교에는 ‘채식 데이’가 있다?
조회4393[프랑스] 학교에는 ‘채식 데이’가 있다?
주요 내용
ㅇ ‘채식’에 대한 필요성 고조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육류 소비가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일고 있다. 육류 소비에 대한 감소와 동시에, 채식에 대한 필요성과 장점이 계속해서 부각되고 있다. 매년 10월 1일은 세계 채식인의 날이다. ‘Meat Free Monday(고기 없는 월요일)’라는 캠페인도 있는데, 미국을 비롯해 지난 2020년 말레이시아, 자메이카, 덴마크 등 40여 개국이 이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해당 캠페인은 2009년 영국의 록 밴드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가 유럽의회 토론회에서 제안했으며, 동물 농업, 산업, 어업 등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것이 목표다. 세계 각국은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기업, 학교,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주 1회 채식 급식을 운영하고 있으며 먹거리와 환경에 대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 https://onav.fr/ |
유럽에서는 스웨덴과 프랑스에서 주1회 채식 의무화를 선언했으며, 벨기에나 독일 등 여러 나라의 도시들 역시 주 1회 채식을 채택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ㅇ 프랑스 학교 내의 ‘채식 의무화’에 대한 배경
2018년, 에갈림법이라고도 부르는 농업 및 식품법(Loi EGalim)이 통과되면서 2년간 교내 채식을 주1회 시범 형태로 도입했다. 목적은 채식 급식을 통해 비만아동 비율을 감소시키고, 음식물 쓰레기도 적게 배출하며 육류 대신 지역 유기농산물 구매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에갈림법에는 2020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식기류 사용 금지, 2025년까지 교내 급식에서 요리·가열·서빙용 플라스틱 용기 사용 금지 조치 등 여러 친환경 조치들을 담았다.
2021년에는 기후 회복법(La loi Climat)이 통과되어, 프랑스의 모든 학교(유치원 및 초중고)에서는 최소 주1회 채식 메뉴를 제공하는 것이 의무화 되었다. 기후 회복법에서는 매일 채식 메뉴를 제공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기도 하다.
프랑스 기후보호법 (법안 2021-1104) 252조 |
- (1항) 학교 급식 서비스의 공공 및 민간 관리자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채식 메뉴를 제공하여야 한다. 이 메뉴는 동물성 또는 식물성 단백질로 구성될 수 있으며, 식사의 영양적 품질과 관련된 규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급식 관리자는 품질이나 환경보호 측면에서 우수한 농산물 및 식품의 공급을 선호하여야 한다. - (2항) 지방 당국은 아동 연령에 맞는 영양과 균형이 고려된 채식 메뉴를 자발적으로 매일 제공할 수 있다. - (5항) 일반적으로 여러 메뉴를 제공하는 국가, 공공시설 및 공기업 당국의 단체 급식 서비스 관리자는 늦어도 2023년 1월 1일까지 매일 채식 메뉴를 제공해야 하며, 급식 관리자는 품질이나 환경보호 측면에서 우수한 농산물 및 식품의 공급을 선호하여야 한다. * 법안의 채식 정의 : ‘동물성 또는 식물성 단백질로 구성될 수 있다.’ 즉, 채식 메뉴는 우유, 계란 등의 동물성 단백질 또는 콩과 채소, 곡물 등의 식물성 단백질로 구성 가능 ** 출처 : https://www.legifrance.gouv.fr/jorf/article_jo/JORFARTI000043957158 |
또한, 프랑스에서는 2023년 1월 1일부터 국영 구내식당과 공기업 내에서는 매일 채식 메뉴 제공이 의무화되었다. 따라서, 현재 프랑스 내의 학교식당(CROUS), 행정기관, 공기업, 병원, 군대, 교도소 등에서는 매일 채식 식단이 의무로 제공 중이다.
ㅇ 프랑스 학교에서의 채식 현황
프랑스 현지 언론 리베라시옹(Libération)에 의하면, 현재 프랑스에서는 200개 이상의 도시들(꼬뮌, commune)의 학교들에서 채식 메뉴를 제공 중이다. 육류 섭취가 제한적인 무슬림이 많은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조치는 문화적 포용력이 높은 조치로 환영받는 분위기이다.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몽펠리에 시에서는 학교에서 매일 채식 메뉴를 제공하여 연간 90만유로(약 한화 13억 천만원 상당)을 절약하기도 했다. 비건 메뉴는 1.50유로, 채식 메뉴는 1.70유로, 기본 정식은 1.90유로이기 때문에 채식 메뉴를 제공할 시 예산 절감 효과가 있는 것이다. 몽펠리에 시는 절약된 예산으로 지역식품 및 유기농식품의 공급 비율을 상승시키도록 했다.
알프스 산맥 옆에 위치한 그로노블 시에서는 2022년 9월부터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100% 채식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채식 메뉴가 기본으로 제공되는 메뉴이며, 고기 또는 생선은 추가적으로 선택시 제공된다. 리베라시옹 기사에 의하면, 그로노블 시는 다른 유럽도시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데 매우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좋은 예로 평가받고 있다.
ㅇ 채식 급식 현황에 대한 비판 및 반박
프랑스에서도 모두가 채식에 대해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뵈프부르기뇽, 코코뱅, 푸아그라, 파테, 샤퀴트리 등 이미 프랑스 요리에 사용되는 육류 비중이 높은데다가, 프랑스 음식문화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선정되는 등 프랑스 전통음식과 음식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크기 때문에 주류 의견은 아니나, 채식에 대한 반발이나 로비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2022년 11월, 프랑스 소비자협회(UFC-Que Choisir)에서는 800가지 교내 채식 메뉴 분석, 교내 채식을 권장·의무화한 기후회복법의 시행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채식 메뉴의 도입으로 인해 교내 급식에서의 생선 요리는 감소했는데, 생선 요리는 비타민 D와 필수 지방산의 유일한 공급원으로, 90%의 아동들이 불충분하게 섭취 중이라는 것이다. 또한, 급식업체는 20일 동안 적어도 4개의 생선요리를 제공해야 하나, 조사 현황에 따르면 50%의 교내 급식에서 해당 의무를 준수하고 있지 않으며, 매일 채식 메뉴가 도입되면서 준수 확률은 더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이 뿐만 아니라, 초가공처리되고 수많은 첨가제가 포함된 산업용 채식 요리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채식 재료가 과다섭취 시 내분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는 콩 기반 제품에 과도하게 의존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채식 메뉴의 체계적 관리 부족 및 요리사들의 낮은 채식조리 숙련도로 인해 공산품의 비율이 평균적으로 높고, 음식물 쓰레기가 증가하며, 이로 인한 비용 손실이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023년 4월, 식물성식품 전문가 및 과학자, 의료 전문가 집단인 국립식물식품관측소(ONAV)는 이러한 주장들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며, 해당 지적들을 증명하기 위한 토대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미 프랑스 국립보건안전청(Anses)의 2021년 11월 발표된 보고서에서 일주일에 한 끼의 채식은 필요한 영양 섭취량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ㅇ 채식과 함께 메뉴도 ‘국제화’
프랑스 학교들에서는 주1회 채식을 의무화하여 채식을 제공하는 것 이외에, ‘맛 주간’ (Semaine du Goût, Taste Week)를 운영하여 아이들이 식문화와 요리문화를 배우도록 하고 있다. 아이들은 미각과 다양한 음식재료에 대해 배우며 여러 음식들을 맛보게 되는데, 이 때 학교에서는 많은 외국 식품 및 요리를 급식으로도 제공한다. 꼴로미에 (Colomiers)에 위치한 학교에서는 월요일에는 유럽, 화요일에는 오세아니아, 수요일에는 미국, 목요일에는 아시아, 금요일에는 남아메리카 식단 제공되었다.
맛 주간 이외에도, 기간을 지정하지 않고도 외국 식단을 포함하기도 하며, 때때로는 학교 자율로 ‘언어 주간’, ‘럭비 주간’ 등을 지정하여 아이들에게 다양한 세계의 식품을 교육할 기회로 삼기도 한다.
프랑스 교내 급식 식단표 예시 |
수요일에는 채식, 금요일에는 멕시코 식단을 제공하는 Fontonas의 학교 식단 출처 : https://frontonas.fr |
예로, 파리 9구에 위치한 사립학교 Ecole Notre-Dame de Lorette에서는 ‘음력 설’을 맞아 냄, 중국식 볶음밥, 여러 아시아 음식들과 함께 한국 된장국이 급식 메뉴로 제공되기도 했으며, 프랑스 교육부 산하의 공공기관인 La caisse des écoles 기관에서는 잡채를 급식 메뉴로 제공하기도 했다.
프랑스 교내 급식에서의 식단표 예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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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actu.fr/ |
프랑스 교내 급식 식단표 예시 |
해당 학교에서는 월요일에는 독일, 화요일에는 크레올, 목요일에는 영국, 금요일에는 스페인 식단을 제공한다. 출처 : https://freedom.fr/ |
ㅇ 시사점
프랑스인의 3%가 비건이며, 프랑스 가구의 49%에 플렉시테리언이 최소 1명 있는 것으로 나타나며, 프랑스인의 약 40%는 더 많은 비건 제품 섭취를 희망하고 있다. 이미 프랑스에서는 공공기관에서의 채식이 매일 제공되고 있으며, 학교에서도 주1회 채식이 의무화되었다. 프랑스 채식협회에서는 교내에서의 주1회 채식를 넘어서 매일 채식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기도 하다.
이러한 채식과 건강식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다양한 세계의 맛을 시도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런 분위기와 함께, 채식과 건강식의 이미지를 가진 한국 농식품의 수요도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유럽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업체는 현지 채식 정책 및 조치들을 포함한 유럽 시장 동향 모니터링을 적극적으로 하는 동시에, 현지 소비자들의 인식 등을 참고하여 현지 유통망 진출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ㅇ 출처
https://cursus.edu/en/25674/more-vegetarian-menus-in-the-canteen
https://www.dailyt.co.kr/newsView/dlt202110080002
https://academic-accelerator.com/encyclopedia/kr/meatless-monday
https://freedom.fr/sainte-rose-des-menus-internationaux-a-la-cantine-cette-semaine/
https://caissedesecolesparis13.fr/faq-items/menu-de-la-semaine-du-13-au-17-juin-2022/
https://ecolendlorette.com/4275-2/
https://www.sudouest.fr/politique/orthez-la-cantine-des-ecoles-adopte-le-menu-vegetarien-2446931.php
https://caissedesecolesparis13.fr/faq-items/menu-de-la-semaine-du-13-au-17-juin-2022/
1) EGalim법 : 농업·식품 부문의 상업 균형과 모든 사람을 위한 건강하고 지속·접근 가능한 식생활에 대한 법률
2) 보통 기후법(La loi Climat), 혹은 기후회복법(La loi Climat et Résilience) 명칭으로 사용, 정식 법안 명칭은 “법안 2021-1104 기후변화 대응과 회복강화에 대한 법률
3) https://ecolendlorette.com/4275-2/
4)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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